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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데이터의 한계

우리는 앞선 글에서 비앤빛의 첫 번째 인공지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소개했습니다. 시력교정수술에 앞서 의사처럼 고민하고 질문하며 60여 가지 수술 전 검사결과를 꼼꼼하게 살펴 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세부 수술방법까지 추천하는  이 인공지능은 해외의 전문가들의 관심 또한 크게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개발하고 연구 중인 인공지능의 한계와 의미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나눌 예정입니다. 그것이 의료 인공지능을 더 발전시키고 의료를 더욱 정확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동화의 한계  

의사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이라니 참 기특합니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의사와 같은 수준의 인공지능이 됩니다. 사실 인공지능에게 경제적인 가치를 기대하려면 사람보다 더 뛰어난 결과를 내거나,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인공지능의 계산이 의사의 판단보다 뛰어나거나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고난도의 작업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숙련도를 전제로 합니다. 이제 막 안과 전문의가 되어 시력교정수술을 시작하는 의사에게 우리의 첫 번째 인공지능은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25년이라는 역사와 경험을 지닌 비앤빛 전문의들, 그리고 상담사들보다 이 인공지능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한 시간과 인적 자원과 경제적인 비용을 낭비한 셈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앤드류 응(AndrewNg)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의 가능성에 대해 논하며 ‘1초의 법칙’을 말한 바 있습니다.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은 사람이 1초 안에 할 수 있는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스팸 메일 분류나 사람의 얼굴 인식 등 사람도 순식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인공지능도 순식간에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 로봇들이 슬로프 위에 꽂힌 깃발 사이를 통과하는 알파인 스키 경주를 하는 ‘평창 스키 로봇 챌린지’도 열렸습니다. 이때 로봇들이 가장 힘들어한 것은 바로 장애물인 기문(깃발)을 인식하는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경사진 비탈에서 무릎을 굽혀 중심을 잡으며 스키를 타는 것보다 ‘깃발이다! 피하자!’라고 인식하고 판단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는 거죠. 사람은 한눈에 붉은 깃발과 흰 눈을 구분할 수 있지만 로봇에게는 흰 눈도 붉은 깃발도 그저 특정 색상값을 지닌 픽셀 덩어리에 불과했을 테니까요. 한양대의 한재권 교수팀의 스키 로봇 다이애나는 이미지 딥러닝 기법으로 깃발을 알아보는 능력을 학습했는데요, 기문 인식비율을 0.98까지 끌어올리기까지 무려 두 달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평창 질주하는 AI 스키 로봇

이것이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의 현주소입니다. 대신 인공지능은 학습한 내용은 학습시간에 비해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의 한계

또 다른 한계는 데이터의 문제입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인공지능 개발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대학병원과 함께 논문을 쓰는 등 연구활동을 하기 위해 일찌감치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s, EMR)을 도입하고 모든 차트를 전산화하는 등 데이터를 정리해왔습니다. 모든 자료를 전산화하고 디지털화하는 작업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병원은 이러한 작업을 해냈고 이 데이터에 인공지능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였는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도 인공지능을 개발하면서 부족한 데이터에 직면했습니다. 수술 후 시력이 1.0, 1.2 이상인 수술 세트의 데이터는 충분히 많은데, 각막이 얇거나 다른 이유로 수술을 할 수 없는 눈은 수술 결과에 대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자동화 데이터의 한계1

최신 수술법도 인공지능으로 신뢰할만한 결과를 얻기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백내장이 그런 경우입니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며 시력이 떨어지는 백내장은 기존 수정체 대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치료합니다. 최근에는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통해 백내장 치료와 함께 원거리 및 근거리 시력교정을 한 번에 할 수 있습니다. 돋보기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지요. 환자의 눈에 맞는 다초점 인공수정체의 종류와 도수 계산을 인공지능이 할 수 있다면 의사와 인공지능의 계산을 나란히 두고 적합한 판단인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확인하는 체크 시스템으로 활용하면 좋으련만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이 도입된 지 몇 년 안 되는 탓에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만한 데이터의 양이 아직 충분치 않습니다. 미래 노인인구 증가로 백내장 수술의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추후 이에 대한 비앤빛의 연구 개발이 기대됩니다.

같은 이유로 시력교정수술에 있어 가장 정확한 지표로 기대되는 생체역학 인자(biomechanical factor)를 측정하는 코비스(Corvis) 검사결과도 인공지능에 포함시키지 못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신뢰할 만한 결과를 얻으려면 예상컨데 합병증 여부를 확인한 5~6만 건 정도의 빅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도입된 지 몇 년 안 되는 수술법이나 코비스와 같은 최신 검사법은 충분한 양의 데이터가 아직 모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을 그대로, 혹은 더 일부분만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가치는 아직 부족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인공지능을 개발하면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과 환자가 원하는 수술이 다를 때 의사의 확인을 거쳐야 하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결론은 의사의 경험을 근거로 내린 것이니까요. 상담하는 의사와 환자가 수술에 대한 상담을 할 때 수술방법을 가늠하기 위해 쏟는 에너지를 아껴주는 만큼 상담하는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를 더 깊이 듣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새로이 시력교정수술을 시작하는 의사의 숙련 기간을 대폭 줄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수술법 중 판단할 만큼 충분한 경험이 쌓이지 않은 의사에게는 든든한 참고자료가 될 것입니다. 환자는 더욱 전문화된 진료를 받을 수 있을 테고요.

자동화 데이터의 한계2

관건은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모으는 시간입니다. 누적된 수술과 검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꾸준히 고도화시키면 가능성들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알파고도 처음에는 사람을 이기지 못했지만 스스로 강화학습을 계속한 끝에 많은 이들에게 인공지능을 각인시킬 만큼 놀라운 실력을 보여줄 만큼 향상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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